똥물 먹고 사는 인천 시민


[사진 출처: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

내 나이는 이제 만으로도 불혹이다. 그러나 병역이 조금 늦게 끝났기 때문에 아직 예비군 6년차이다. 7년차 부터는 예비군 훈련이 없다고 하지만 7년차에는 만으로 40세가 넘기 때문에 자동으로 민방위로 바뀐다고 한다.

시간 낭비, 돈 낭비 밖에 되지 않는 예비군 훈련을 뭐하러 할까 싶지만 군대란 의외로 아주 사소한 부분에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도 자체의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예비군 교관 역시 예비군 훈련의 목적은 훈련이 아니라 지정된 시간, 지정된 장소에 모이는 소집이라고 한다.

지식에 대한 욕구가 비교적 많은 편이기 때문에 예비군 훈련 시 보여주는 교육용 비디오나 예비군 교관이 하는 말들도 남들과는 다르게 경청하는 편인데 지난 예비군 훈련에서 아주 의외의 얘기를 들었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인천 삼산동에서 조금 올라가면 정수장이 있고, 이 정수장 역시 예비군 방위 전략상 상당히 중요한 대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정수장으로 오는 물은 노량진[1]에서 온다고 한다. 즉, 노량진 근처의 한강물이 인천 시민의 상수원인 셈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팔당호에서 끌어다 쓰고 인천에 사는 사람들은 똥 오줌이 섞인 노량진에서 끌어다 쓴다는 것이었다.

물론 난 생수를 시켜다 먹는다. 따라서 수돗물을 먹을 일은 거의 없지만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웬지 모를 분노가 치솟았다. 서울과 강남에 편중된 개발, 그 편중된 개발이 수돗물에까지 이어진다니. 나야 생수를 먹고 있지만 그 수도물을 먹고 사는 인천 시민도 많다.

상수원 보호 구역.
주변에 건물도 짓지 못하며, 수영도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물은 서울에서 끌어간다. 물론 상수원 보호 구역과 인천과의 거리는 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거리가 아니다. 개발의 편중이다. 서울과 강남에 모든 것을 퍼줘왔던 개발의 편중.

관련 글타래


  1. 조금 극단적인 표현입니다. 그러나 노량진 물이 인천 시민의 상수원이라면 똥물이라고 해도 표현상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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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2006/07/04 12:45 2006/07/0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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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eidin 2006/07/04 13:23

    노량진 취수장은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옛날에는 이 물이 인천으로 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1979년 수질악화로 인해 노량진, 영등포, 김포, 선유에 있는 한강 하류 4개 취수장이 폐쇄되었습니다. 지금은 인천 수돗물도 팔당에서 갑니다. 아마 예비군 교관이 옛날의 지식을 잘못 알려준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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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6/07/04 13:30

      그랬으면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노량진 취수장은 지금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으며, 2006년에도 정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량진 외에 다른 취수장도 있지만 교관의 얘기는 삼산 지역의 정수장이 노량진 취수장으로 온다는 뜻 같더군요.

  2. 블레이드 2006/07/04 13:20

    그러게요..설마 그랬기야 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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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6/07/04 13:38

      2006년 까지 노량진 취수장을 정비하고 있고, 정비를 위한 입찰 공고도 나간 상태입니다. 아울러 아직까지 인천에서 관리하고 있는 취수장 중 하나가 노량진 취수장입니다.

      노량진 취수장 외에 다른 취수장이 여러 곳있고, 일부는 잠실 취수장에서 원수를 받고 있지만 모든 취수장이 잠실에서 받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조금 더 확인해봐야 겠지만 교관의 얘기가 아예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블로그 주소를 빼버리셨네요.

  3. 블레이드 2006/07/04 14:48

    아..넹.. 급하게 쓰다보니...^^;
    아직도 그렇군요..사람이 사는 데에는 환경이 참 중요한데....
    갑자기 우리나라의 상수원은 어디어디인지가 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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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其仁 2006/07/04 16:25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글을 읽다가 문득 의문이 들어서요.

    한 때 노량진에서 13년 동안 살면서 정도 많이 들었는데(물론 지금은 다른 곳에 살지요), 노량진 취수장 물이 똥물이라고(물론 약간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불릴 정도로 더러웠었나 하는 생각은 안해봤었습니다.

    제가 초점을 못맞추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말씀하신 취지가 혹시 서울을 통해서 오는 물은 거의 똥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대표적인 예로 노량진 취수장을 예로 드신건가요? 아니면 인천의 상수원으로 잠실 취수장 등도 있지만, 주 상수원은 노량진 취수장이며 노량진이라는 지역의 특성 상(특히 더럽다 등등) 노량진 취수장을 거친다는 것은 생활 폐수가 걸러진 똥물과 진배 없다라는 건지 조금 헷갈립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것인지요?

    제 댓글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문득 든 의문이라 몇 자 끄적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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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6/07/04 16:37

      사실 똥 물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예비군 교관입니다. 그러나 저 역시 교관의 의견에 동의하기 때문에 똥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노량진이든 어디든 한강물을 마실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한강에서 잡은 고기도 먹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똥물이란 더러운 물이라기 보다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물이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아울러 노량진에서 취수를 한다면 당연히 그 상류에서 각종 생활 폐수(심지어는 정화조의 물까지)가 흘러들어 더러운 물이 될 테고, 그래서 똥 물이라고 한 것입니다.

  5. 인게이지 2006/07/05 00:28

    서울수도물 원수가 안좋은건 어디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제 고향집이 남한강 충주댐이 위치한곳에 있습니다만
    그곳은 충주댐물 더럽다고 안쓰고 상수원인 취수장은 따로 있지요..

    가장..X물에 걸맞는 명성을 주는건....
    충주댐에서 얼마안내려간 곳에 ㅇㅇ시 분뇨처리장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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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6/07/05 09:50

      서울의 원수가 않좋은 것은 마찬가지라고 해도 팔당호의 물과 노량진의 물을 같이 놓을 수는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충주시 수안보면 중산리입니다. 역시 수도물을 쓰고 있는 데 이 물은 끓이지도 않고 그냥 마십니다. 그냥 마셔도 물맛도 좋고, 아무런 문제가 없더군요.

  6. IDIA 2006/07/20 07:15

    뭘 그런것 가지고 제 고향 목포는 유명한 똥물 영산강에서 그동안 신나게 먹었습죠 지금도 주암호라는 곳에서 물을 끌어다 쓴다지만 뭐 영산강 물과 섞어서 준다죠 게다가 똥물 처리비용이 비싸서[타 지역보다 더 많은 염소처리] 물값도 비싼 멋진~ 덤으로 목포시민은 절대 수도물 그냥 안 마십니다. 덤으로 수도물 끓여먹는 경우도 거의 없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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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6/07/20 11:05

      영산강을 가보지 않아서 얼마나 더러운지는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똥물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평하기 힘들군요. 하지만 주암댐 얘기를 들으니 반갑기도 하고 또 슬프기도 하군요.

      주암은 제 어머님 고향입니다. 저는 주암에서 조금 떨어진 목사동에 살고요. 주암댐이 만들어진 뒤 그 수량이 풍부하던 보성강은 시냇물이 됐습니다.

      항상 맑은 햇살이 비추던 제 고향은 우중충한 안개 도시로 바뀌었습니다. 댐이 최선책은 아닌데 왜 댐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옵션: 없으면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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